시카고
우리는 수많은 단어들을 상대하고 있고
그것이 버겁기는 어렸을 때부터 사탄으로 작정한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쏘스와 같아서
도리어 우리는 햇빛이 밝으면 위로를 얻지만
그렇게 어려서 결심한 이들은 어두울 때는 어두운 대로
무섭고, 밝으면 밝아서 무서운 이중고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그렇게 위대한, 장대한, 이게 소설인지
설교문인지, 신학 논문인지 모를, 대상자가 불확실한, 덕분에
서양에 무수한 교부철학자들이 태어나게 된
위대한 원인으로서의 로마서를 쓴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는 전쟁을 겪었고,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그의 선포에, 독립하고, 전쟁하고, 휴전이 선포되고
동시에 다시금 새로운 죄인이 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불필요한 죄의식, 노예근성, 패배주의 같은 것은
거절한다고 해도, 이념이 불확실한 목사의
우리는 모두 아담의 후손이고 죄인이다는, 다시금
그 마포나루 같은 선포에 의해서는
설복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치 일차대전, 이차대전, 육이오전쟁, 비엔남워를
예상이나 한 듯이, 흰 한복을 입고 다녔고
슬픔에, 땀에, 먼지에, 그것이 젖어 있다가
사진이라도 찍을라 치면, 그렇게 하얗고, 시카고
그렇게 환하고, 불을 켠 듯, 한낮에 술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생각해 보라. 앙드레 가뇽. 플레쉬 백.....
얼마나 학생이 아름다운지를. 어제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도
내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직업과 여자와,
볼트와 너트가 잘 맞지 않아서, 힘든 삶을 지금과 똑같이
살아가야 한다면, 그런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으냐
그렇게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했다. 그때가
그렇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삶이었대도
담배 한 갑을 피고, 골골 대고, 자칫
시험 전날에 술을 마셔, 시험을 망칠 수 있는
낭떠러지 같은 느낌이었대도
그와 같이 살고 싶노라고 했다.....
그러니까 묘하고, 신비하며, 더러는 알 수 없는 것들
천지인 것이다.
한번 사탄이 그 태초의 얼굴을 보이면
우리는 회복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장미인애양과
해가 지기 전에 가려했지, 세계 문명을 돌아보고
살펴보고, 어루만지고, 저녁에는 섹스하다가 죽으려고
했던 것도
나일강에서
인간의 현상이 온전하기도 어렵고
그보다 조금 낫다는 것도 어려우며
예를 들면 일종 소형,
일종 보통,
대형 견인과 같이
아름답기는 하늘의 별따기 같기 때문이다.
사람은 체액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가 옛시절에 극장 간판 페인터를 지망했던 것도 보면
마음이 얼마나 소박하고, 사람들을 많이 의지하고
지내면서, 편안하였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어딘가 비어있는
때로는 아름다운, 아는 것이 많이 없는
돈이 있는 듯한, 그냥 돈만 있고
숨이 이상하게 가쁜, 그런 여자를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 정도
아니면 더 많이
만났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시카고.....
An unfinished prelu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