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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야기

어떤 일미터

by 마음대로다 2019. 12. 24.

어떤 일미터

 

 

 

 

 

 

사실 철학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늘 철학과가 사라진다고들 말한다. 철학과 교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명한 철학책들은, 사탄들이 자기들의 사세 확장이나 유지를 위해서, 늘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아름다운 태평양의 섬들이 사라질 수는 있다. 그들도 철학책들 같다. 그러나 사탄은 오대양 육대주만 하다. 철학책은 사탄에 의지해 있기 때문에, 사라질 수가 없는 것이다. 철학과 학생들이 자주 우울해 보이는 것은, 대학 등록금이 없거나, 데이트 자금이 없거나, 아주 기본적인 철학책들을 구입할 돈이 없어서이지, 무슨 객관적이거나 도덕적인 이유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다. 학생이 철학과를 지망하여 합격했다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그저 그런 사태인 것이다. 국문학과를 가면, 적어도 서대문 형무소는 갈 수 있다. 그러나 철학과는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는 것이다. 철공소나 포항제철소? 철학과는 들어가는 길이 있고, 나가는 길이 있다. 다른 과들에 비하면, 굉장히 자유가 많은 편이다. 우리가 보통 옷을 넉넉하게 입는 것을 루즈핏이라고 하지 않는가? 학생들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 지향점이긴 하나, 대학 등록금이 늘 그렇게 정확하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동양철학적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다만, 얼굴에 점을 찍는, 점쟁이의 뜻을 품기도 한다. 결코 그럴 수 없으며, 배울 것인 산더미 같아도,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서양 철학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서양 철학에서, 서양 과학으로는 사실상, 거리가 피라미드에서 우리나라만 하다. 그러나 워낙에 우리나라 동양 철학이 매월당 김시습이나, 이생규장전만 해서,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세자 책봉하는 일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처럼, 마땅히 할 만한 일이 없는 것이다. 정치철학이 있느냐, 그것이 과연 무한하게 선한가? 그 두 가지 항목으로 정리될 것인데, 정치철학이 있느냐 하는 것으로 삼백년을 잡아먹고, 그것이 선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서 오백년을 잡아먹으니, 백년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들 인생으로는 도무지 해볼 수가 없는 세상인 것이다. 동양 사랑이 있다. 그것은 끔찍하다. 서양 철학을 공부하고, 여학생이 나오다가, 강의실에는 없는 거울을, 마치 있는 것처럼 연기하면서, 코 밑에 점을 하나 찍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다. 남자들은 술에 취하면다른 여자에게도 갈 수 있으나, 모든 여왕들은, 영국 경험론을 통과하여서, 남몰래 술에 취하면, 자취방에서, 마땅히 갈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들도 그랬다. 남자들도 마땅히 철학적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몇 명이서, 굉장히 노력하여서, 랩도 하고, 타이거 같은 체력도 과시하고, 그랬지만, 철학 바깥에서의 시선은 그것을 인정할 수 있었으나, 철학 내부적으로는 결코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사실상 온건하였고, 체제 유지적이었으며, 숨가쁜 콘크리트 타설과, 그것을 어느 정도 향유하는, 베지테리언이나 노마드인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와 같은 노력은, 과에서는 인정하는 편이었다. 그와 같은 걸음도 있었다. 하지만 아주 갈 수 없는 중앙아시아의 높은 산맥의, 그곳을 휘도는 새의 눈을 가져오면, 우리들 식민지 시대의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식민지의 식민지, 일본인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들은 화성인들이었을까? 지나고 나니, 그것의 스타일이며 레토릭이 보였지, 그때는 학살과 만행, 신봉과 우상만 존재하였을 것이다. 철학과 학생들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인가? 철학 내부적으로 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고통스러운 일인 것이다. 한 학기 다니다가, 다만 학교 세력에 편입되고, 세상의 원시적인 위협에 벌써부터 혈거인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었다. 일 년을 다니다가 그런 사람이 있었고, 일 년을 다니다가 다른 학과들처럼 취직 공부에 혈안이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여학생이 일 년을 다니다가, 약간 정신이 깊어져서, 몸에서 항상 술 냄새가 나고, 소주팩을 항상 갖고 다니고, 브라만이 되는 것이 그래서 처음에는 놀랍지만, 한 달 정도 되면, 철학 내부적으로는 능히 그럴 수 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철학과 남학생이라면 약간 싸가지 없는 것이 용인이 된다. 그것은 대륙관념론적으로 그러한 것이다. 스피노자를 싸가지 없게 읽는 이가 없다. 키에르케고르를 싸가지 없게 금세 읽는 이가 없다. 그런데 약간 데카르트가 싸가지가 없다. 데카르트는 처음 몇 문장을 쓰고는, 자기가 천년인이라는 것을 자각하였던 것이다. 문장은 평이하고, 준수하며, 널리 공동체를 사랑하고, 그러나 영원한 학문적인 능력이라는 것을 잘 알았던 것이다. 여학생들은 항상 숨이 가빴다. 남자가 신학과에 있다가, 철학과로 가면, 바로 그것을 냄새 맡고 숨 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자신감이 있는 여학생을 보려면, 문학과로 갔다. 사학과 여학생은, 모든 면에서 날씬하였고, 모든 면에서 작았다. 키가 작으면, 다리가 두껍고, 허리가 없고, 몸뚱이 전반적으로 성인과 부딪혀 이겨낼 만한 모든 것을 갖추게 되는데, 사학과 여학생은 그렇지는 않았고, 모든 것이 정확한 비율로써 작기만 할 뿐이었다. 철학과에 이르러, 여학생들은 로고스를 만질 수 있었고,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고백할 수 있었다. 학교에 사람이 없었다. 스팀을 틀어줄 때는, 고맙기까지 했다. 스팀을 틀어주면, 비로소 학생들이 생기는 것 같았고, 마지막 오후 수업이 끝나가는 어스름에 이르러, 형광등 불빛마저, 너희들 중에 공부하는 사람이 없음을 노려볼 때에는, 금세 추워지기까지 하였다. 우리는 그렇게 중국 서북부 지역을 기차 여행하는 사람이 되었다. 연애를 하고, 영웅들처럼 섹스까지 한다면, 책의 한 대목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모든 학과가 그렇고, 모든 과학자들이 그렇다. 철학이 약간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심각한 페이크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공부가 안 될 때는, 사도 바울의 말처럼, 술을 조금 마신다. 그때도 겨우 사람들이 생긴다. 그전에는 학교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