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이런 식의 과대망상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친구 누나가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나는 내가 최재성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께 영화를 보자고 했고, 그 영화가 바로 엘비라마디간이다. 그만큼 누나가 여주인공처럼 예뻐보였다는 소리이다. 둘이 영화보고 나오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죽을 줄은 몰랐는데, 여자는 텍스트주의자였기 때문에, 맨처음에 자막으로 써 있었잖아 했다. 나는 다른 맥락에서 심쿵했었다. 그리고 그 잠깐 동안, 생각이 나지 않았었다. 기분에는 오초 가량을 생각하다가, 떠올랐고, 익숙한 기분으로는 중요한 시험 문제를 틀린 것 같았다. 그것에는 남녀끼리도 카스트가 발동한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니, 내 말이 맞았던 것이다. 영화산업적으로 말하면, 나와 그나마 괜찮은 한국 여자 사이로, 비극일지라도 훌륭한 외국 커플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죽고자 산과 들에 갔고, 음악이 나를 감쌌으며, 죽지 않고 계속해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와 대상이 구분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다보니, 마지막처럼 보이는 누나의 검정색 여름 티셔츠를 보면서, 이제는 주인공들이 생명의 하강 곡선을 걸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
때로는 소리 너머로, 둘이 사는 것까지 확보하였던 것 같다.
신현균의 한신대는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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