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의 깊은 늪. 아트오브인스트루멘테이션 앨범과 어제의 이정
스타들끼리 벅스할래도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은, 한국 영화가 그만큼 말뿐이었던 북악스카이웨이를 달성하게 되었다는 것일 것이다. 웨이라는 중국어는 얼마나 근대적인 상해풍인지 모른다. 개념 하나 알사탕 먹지 못하고 질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안주가 없다는 것. 막걸리로만 배를 채운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 샤넬 넘버 파이브. 내가 아는 루이비똥은 그것밖에 없어서. 안주가 없다는 것. 막걸리는 네 박스가 있고, 사람은 네다섯 사람 있는데, 안주가 없다는 것. 어떤 조건적 무인도를 상상할 수 있다. 아리아 프롬 골드베르그 베리에이션. 사람들과는 철의 장막, 죽의 장막이 쳐져 있고, 먹을 것은 어떤 사람이 밀주처럼 담가준 막걸리 밖에 없다. 밖에서 공부하던 딸이 돌아오고, 서문탁, 취직해서 열심히 일하다 온 딸도 돌아온다. 소찬휘. 얼마나 서로 단란한지. 아버지도 일하다 온 것인지, 매 맞다 온 것인지 모르는 차림으로 돌아오고, 어머니는 시방삼세를 모두 깨끗하게 정리해 놓는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김치 쪼가리도 없다. 어머니 배고파. 그것은 불교적인 차원에서 보면, 미얀마의 단계일 수 있다. 막걸리를 한 그릇 준다. 막걸리는 많으니까. 그리고 차가운 구석에 잘 보관해서 맛이 매우 좋다. 두그릇 세그릇 먹을 때는 취기도 오르고, 만족의 그래프가 떨어지지만, 밖에서 그 옛날 먹을 것 없던 거리를 한국 작가가 기록해놓은 방식 그대로 살다가 돌아와서 마시는 첫모금은 기가 막힌 것이다. 공부가 잘 안된다. 막걸리는 보리차도 아니고, 밥도 아니고, 술이기 때문이다. 공부하다가 드르렁드르렁 잠이 든다. 소찬휘는 일어나 그래도 몇 문제를 푼다. 그것은 꼭 항우가, 죽기 전에 병사들과 전쟁하면서 그나마 몇 문제라도 풀었다고 자찬하는 대목과 일치한다. 사마천의 그 대목은 그의 사기 전편에 걸쳐 가장 슬픈 부분이다. 이런 것이 증명할 길이 없는 막걸리, 주관적인 생활 성리학적인 높이일 것이다. 다 산초라는 말. 다산초당. 옛부터 전라도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춘향이가 있는지도 모르고, 철학적 학문이 깊은 전라도 출신의 사또가 남원에서 일을 보다가 사람들과 막걸리를 마시는데, 반찬 가짓수가 셀 수 없고, 다만 한 가지만 있대도, 앞의 경우를 알아서, 막걸리는 춤을 추고, 마음의 흰 용은 온 산을 휘감아 돌고 할 터인데, 스님들은 북도 치고, 큰 북, 종도 치고, 승무도 추고, 사람 사는 곳에 가장 좋은 잔치가 있는 줄을 사슴들이 알고는 내려와서 함께 놀고, 뻥튀기 같은 것을 얻어 먹고, 이름이 늘 장군 같은 임경엽 장군은 붓을 들어 그림도 그리고 시도 적는 것이다. 바람은 통과하고, 작품은 창작되며, 사람은 도에 이르러 출세하고, 빛깔은 도드라진다. 단풍잎은 영양분이 차단되어 빨갛게 되고, 일본어로 아카이, 낙옆은 떨어져 저 멀리 프랑스 사람 시몬까지도 부른다. 지리산은 산청에서 바라본 것도 그것의 일몰이 장관이지만, 구례에서 보는 것도 기가 막히다. 숨겨달라면 숨겨주고, 인간의 문학성은 반드시 그러하여서, 막걸리 마시다가 안주 사먹을 돈이 없고, 손님이 남긴 것을 먹어도 되느냐고 드라마 세트 같은 것에 의지해서 물어보면, 일단 달라는 것은 주고, 양은 작더라도 다른 더 좋은 것을 서비스로 내놓는 것이다. 지심귀명례. 이정의 노래는, 그와 같은 대학 강의적 파격에 도달한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이 모든 생각은 영화 회사원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우리는, 그것의 하나의 불꽃 이론 같은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대학교 식당밥이 맛있어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 클래식의 잉여적 개념이 민중이라는 사실. 서울의 회사원은 사무적인 오토바이의 천삼백씨씨 무게와, 동시성적으로 늘 언제나 소프트하고 치밀한 만년 인문학도라는 보다 깊은 진실 혹은 진리 같은 것. 배가 고프다는 독백 같은 것. 그것은 집에서 할 때도 있고, 천천히 절대적인 고독과 조용의 걷는 길에서 갖는 것일 때가 있다. 옛날에는 정말 배가 고팠다. 내 어렸을 때만 해도,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은 배는 얼마든지 채울 수 있고, 좀더 좋은 것을 먹으려고 하면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없이 특별해져 있다. 그렇게 보면 어제의 이정은 우리 서울대 국문학과 학생들이 꿈에도 그리는 현대문학 선생일 수 있다. 이 교수가 또 학생들의 성화에 못이겨서 강의실에서 노래 부른다는 소문이, 사람들을 앞으로도 영원히 교정받을 수 없는 위선적인 지식성에서, 잠깐의 막걸리로써, 형식적으로나마 이탈시킨다는 이야기가......
*사진은 인터넷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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