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거
보통 너무 좋으면 감정이 왜곡된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가 직립보행하는 학자로서
최대한 에너지를 확보하고
생산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돌아가는 길을 피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명강의를 학기 초에 듣고
일년이 넘도록 그런 메시지 넘치는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렸는지 모른다. 나는 친구에게
키가 크고, 가슴이 큰, 공부 잘하는 여자가
좋다고 했다. 어쩌면 그것은 나만의 아세라 목상이었을 것이다.
다들 키가 작고.....
신입생 중에 키가 크고, 한 눈에, 아주
함박눈처럼 들어오는 아이가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가슴도 큰 것 같았다.
공부도 수석 입학을 했다고, 사람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했었다. 오리엔테이션 때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지고, 돌아가면서
촛불 켜놓고, 그리고는 만날 일이 없었다.
어느 날엔가 나는 시험을 보고
시험을 못본 것도 같고, 국어적인 한계,
시험지를 가득 채우기는 했는데,
뭘 더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센치하게 써야하는지,
엣지있게 써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하고 있는데, 신입생이, 한 학기가 지나고
그 티를 많이 벗은 아이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날은 흐렸고, 기숙사에서 바로
온 듯 하였다. 사람들이 없느냐고 하였다.
나는 내 강의실도 아니고, 가다가 힘이 들어서
빈 강의실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대학 축제가 발발한 것 같았고,
가슴이 마구마구 뛰었다. 휴강인 것 같다고
했더니, 여학생이 너무
좋아하는 것이었다.....
?
여학생은 날더러
시험 조졌구나? 그치?
갑자기 벼락 같이 친해져서는
그런 말투 밖에 속에는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시험을 조졌으니
술을 한 잔 사라는 말 밖에
할 줄 아는 대사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속으로만
앙드레 가뇽
끙끙 앓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