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촉전
드라마 세트장에 갔을 때, 봄 한 날이 추웠다.
유독 그 날이 추웠다. 많이 춥지는 않고
내가 드라마 세트장에 갔다고 세상에 광고하는 것 같아서
그런 기분이 더욱 추웠다. 유명인이란
그런 것이구나 싶은 느낌이, 그런 추븐 느낌이 들었다.
국수와 달걀을 까먹으려고, 어디서 먹느냐고
추운 바깥에서 먹느냐고 물으니까
추워서 그런 질문이 오간 것일 것이다.
만일 춥지 않았다면, 반쯤 실내, 눈에 보이는
옛날 동그란 스뎅 식탁에 가서
그냥 먹었을 것이다.
일촉즉발이 생각난다. 무슨 생각을
한 촉 하는데, 족발이 벌써 배달 오는.....
그리고 기아차 판매 촉진 같은 것도
생각난다. 늘 그렇게 우리 삶은 촉촉하다.
비가 오면 촉촉하고, 인문학이 비오는 날
꽃을 붙잡고 촉촉한 것과 달라서, 대게의 경우는
그리스도의 보혈을 붙잡고 생각의 촉촉함과
자유연상기법의 제한과 틀을 형성하곤 한다.
세상 가장 좋은 촉이, 좋아하는 사람의
손의 촉이 될 것이다. 그것을 가리켜
옛부터 촉나라 촉감이라고 한다.
과연 인간은 촉촉함이 없이 살 수 없는 것일까?
과연 인간은 말라 비틀어짐이 늘 언제나
차라리 촉촉함이 나은 것으로다가 등급이 낮은 것만
있을 것인가?
그렇게 옛날에는 사자성어가 촉촉했다.
명심보감도, 소학도,
그렇게 이것저것 촉촉할 수 없었다.
발을 씻고 잠이 들면
전쟁의 바이불을 덮고, 영혼은
수많은 형제자매의 불귀의 혼들처럼
맑고 아름답고, 우리 생명은
실패에도 두려움이 없는 것이 있었다.
기아촉전이라고 당구에 써져 있으면
어느 누가 정확하게 끌어 당겨
쿠션을 칠 수 있겠는가? 누군가는 또다시
전쟁의 엄포와, 그것까지 닿아 있는
괴롭힘과, 딴청과, 오직 티비에서만 착하고
명랑하고, 대화가 살아 있고,
평범한 한국에서는 다시금 수많은 지령의
하수구 파이프로만 기능할 것인가?
그렇게 스팅어가 좋다고 한다.
나는 알바를 해서 스팅어를 사볼까도 싶었다.
그러나 그것의 폐곡선이, 마치
술잔을 띄워 마시던 촉촉함으로만 그칠 확률이 얼마나 많은가?
정글의 법칙, 병만족은 매일같이 촉촉함 속에서 살지만
사람들은 굳건하고, 홍일점은 아름답지 않은가?
다만 그것을 염려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 정신의 수준이 상당하고 널리 확립되었다는 것 밖에
다른 뜻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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