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한 서점에 중국저녁새라고 하는, 제목을 아주 작게 해서, 마치 식당 이름이 작은 데도 사람들이 식당인 줄을 알고, 가게 맛있는 줄 알고 드나드는 것처럼, 그런 효과의 느낌을 줘서, 도리어 책을 고르게끔 하는 책이 진열되었다. 인간은 약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러한 것에, 같은 손이 발동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저녁새라고 한글을 썼는데도, 중국인들이 알아듣고, 알아보고, 읽고 고르고, 잠시 서서 읽고,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읽고,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커피와 함께 읽는 것이다. 그 처음이 매우 흥미진진하였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은 중국 저녁을 걷고 있었다. 남자 주인공은 해가 지나가는 속도만큼, 걷는다면, 저녁 밤거리를 한정 없이 걷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불빛을 알아볼 길 없는 여자가, 소녀가, 맞은 편에 서 있는 것이었다. 유명인을 닮았고, 김연아를 닮았다. 해가 이미 졌고, 인공의 불빛만 있는데도, 보고 또 보고, 고쳐보고 했는데도, 영락교회 없이 김연아를 닮은 것이었다. 중국인처럼도 보였다. 아름다운, 조금은 당돌한, 젊은 중국 여인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사성을 잊고, 오성으로 발음하면, 그것으로 금방 들을 것 같은 것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김연아였고, 주변에는 둘 밖에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면서 김연아 맞느냐고, 맞지 않느냐고 하고 싶었으나, 다만 천천히 다가가 묻기로 하였다.
혹시....
혹시? 혹시가 사람 잡아먹는다는 말 알아요?
그런 말을 대체 누가 알려줬단 말인가?
맞아요. 여긴 중국이에요.
이 대목에서 웃는 학생들이 있었고, 중국을 중국이라고 말해서, 웃지 못하는 사람들도, 상해에도, 중경에도, 장안에도 아주 많았다. 그래서 기숙사 친구들이 설명해주면, 그제서야 웃고, 떠들고, 자기도 처음부터 알아보았다고 하는 것이었다. 남자는 외롭고, 침울했으나, 여자 주인공은 김연아처럼 전직 스케이트 선수였고, 중국말을 아주 잘했다. 그러나 남자는 김연아 말고는 기억나는 동양 선수가 한 명도 없는 것이었다. 둘은 서로 오토바이도 타고, 여행하고, 매번 이상한 소리를 주고 받고, 매번 남자는 그것이 정말 김연아가 생각해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여야 했다.
그러나 책이 무슨 이름에 무거운 철판의 힘이 있어서, 관계 당국이 문제를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작은 서점에서 팔렸고, 그곳을 아는 대학생들이 몇 명 사갔었는데, 갑자기 신문지상에 발표가 되는 것이었다. 금서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금서로 할 것인지, 문화교육부 감사위원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었다는 기사였다. 그때 비로소,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좋고 명랑하고, 도대체 어디에도 중국 정치적인 이야기는 없는데, 찾아볼 길이 없는데, 중국이 지금 오버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름이 묘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용을 모르면, 그것이 책 이름인지, 저자의 이름인지, 저자의 이름은 비밀로 되어 있어서, 알 수가 없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여대생들의, 눈물을 쏙 빼는 장면이, 그렇게 얇은 소설책 마지막에 있었다. 중국저녁새에 둘이 서로 타기로 한 것이었다. 그것은 타원형으로 생겼고, 앞으로 나아가게 생겼다.
책이 방송도 아닌데, 방송이 끊겼다고, 저자는 그렇게 표현하여 마무리를 지었다.
둘이 서로 헬멧을 벗고, 저녁 호텔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여러 장의 사진으로 정말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니까, 그것이 중간 부분의 내용인데, 다시 중간 부분의 내용이 된 것인지, 아니면 나머지 내용을 그나마 가장 아름다웠던 것으로 채운 것인지 애매한 것이었다. 그래서 중국저녁새라는 이름이 수상하여, 관청과 신문사에서 처음에는 관심하였으나, 나중에는 그것이 애매해서, 아주대학교 난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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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문제는 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