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유감
가상이 어렵다. 가상은 진주처럼. 어쩌면 조개껍질일 수도 있고, 진주일 수도 있다. 진주는 보석이나, 참 다른 보석들과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가상을 플라스틱으로 놓고, 진주를 진주라고 놓으면 편할 것 같으나, 진주 자체가 보석들 사이에서 보석처럼 있게 한 것이, 그 옛날 사람들의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가상은 잠시 따뜻한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있던 자리가 잠시 따뜻한 것이다. 도시에 살면, 그렇게 따뜻한 구석이 있다. 남고가 있고, 여고가 있으면, 다만 보고만 있어도 따뜻해진다. 나이가 들면, 나이가 차면, 나이가 오십견에 가까워 오면, 그와 같은 흔적은, 화성의 흔적처럼 바뀌고 말지만, 내가 애돌로슨스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글씨를 잘 쓰는 것은, 여자 친구가 그런 것이며, 내가 옷을 잘 입는 것도, 나는 못 입고, 여자 친구에게 같은 것을 요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행여 김연아처럼, 공부는 안 하고, 내가 그림을 잘 그리니까, 피겨 스케이트로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티에쓰 엘리어트처럼, 마음이 분열되고, 슬픔이 차오르고 그렇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상인 것이고, 무엇이 존재인 것인가? 나는 뭔가에 빠져본 적이 없었다. 쇼팽을 좋아했으나, 쇼팽이 될 수 없었고, 브람스를 좋아하래서 좋아했으나, 그의 음악만을 좋아할 수 없었다. 바하를 바다처럼 좋아했으나, 어느 때는 머리가 아픈 것이다. 모든 고전 음악을 좋아했으나, 그것으로 서양 문명은 대체, 런던 필, 베를린 필, 이런저런 필, 뭘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베를린 필 제공, 협찬, 후원의 음악 영화제를 할 수 있었지 않은가? 차라리 서울 시향이 그것의 가능성이 높아졌지 싶다. 군대 용어로 말하면, 빠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대한 뚜껑 없는 사각형의 상자들이 빼곡이, 빈틈 없이 들어차 있는 곳을 사는 것이다. 그것이 도시이다. 슬픔에 예민하고, 가슴이 먼저 문명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에는, 실은 빨리 연못에 빠지고 싶어하나, 남자에게 그것을 전가하는 것인 것이다. 그래서 남자가 여자처럼 슬픔에 예민하게 되었는데, 공부가 차단되어 있을 경우에는, 조혼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인형 같다. 조혼의 풍습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게 된 것도, 어쩌면 극장과 방송, 영화와 연극, 소설과 창극 같은 것에서, 실반지, 꽃반지를, 부지런히, 실제처럼 달아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진지하게 보았지만, 삼국유사의 진지왕, 우리는 그것을 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 여자가, 조선시대와는 다르게, 한 세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국가에 환난이 닥치고, 사회가 곤궁하고, 오늘 잠잘 곳조차 예단하지 못한다고 해서, 조혼을 약속하거나 시키는 경우가 사라진 것이다. 조혼은 일종의 연극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약속처럼, 결혼을 하는 것이다. 얼마나 벌판에, 사람들이 그렇게, 아무런 약속도 없이 죽어갔으면, 다만 작은 호롱불이라도 도깨비 혼불처럼 타오르니까, 그것을 인연으로 결혼까지 시켰던 것일까? 어떻게 몸이 아파서, 인터넷으로 듣게 된, 삼국유사의 처음 부분이 가슴이 아프다. 마치 구미호처럼, 내 가슴의 간페키를, 행하는 것 같은 것이다. 내가 해석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이렇게 굴곡지니, 다만 그와 같은 사료적 근거가 생기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인간이, 어떤 이는 진상으로 살고, 어떤 이는 가상으로 사는가? 그래도 되는가? 진상으로 살면 어떤가? 결국은 왕처럼, 공주처럼, 승려처럼, 어느 날은 왕과 이야기하고, 어느 날은 왕의 인정을 얻고, 어느 날은 공주와도 결혼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가상은 어떠한가? 밤낮없이 부역하고, 결혼을 하였으나, 그것이 제도적으로 무의미한 것이 아니겠는가? 고급한 가상은 진상과 비슷하나, 차라리 결혼도 못한 것이면, 사람들은 풀꽃이다, 들불이다, 민들레다 하겠지만, 대학도 나오고, 아이비리그도 나오고, 비행기도 마일리지가 가득하고, 오페라에도 가고, 어느 날은 오페라에 갔다가, 어느 날은 나를 만났다가, 어느 다이알로그가 좋은지, 어느 변증법이 무서운지, 따지지 않았겠는가? 오페라는 가상인가? 진상인가? 뮤지컬은 가상인가? 진상인가? 내가 말하는, 경험한 적도 없는, 나는 신현균이지만, 마치 신영균과 친구였고, 필름 바깥에서, 필름 안쪽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그런 엑스맨이었고, 그래서 기억은 없지만, 어떤 세포가 살아있어서, 옛날 이야기가, 사진과 곁들여서, 생동감이 있다 하고, 이제는 옛날 영화들이, 오히려 생동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공부하기로 약속한 것이, 진흥왕, 그 옛날 화랑 때부터의 진상이었지만, 어째서 백두대간을 가로질러, 그 모든 것이 가상이 되는 것일까? 그 어떤 독일철학책보다도, 민중들은 기대치가 동백꽃처럼 없을 테니까, 한국 감독의, 외국 소설 비슷한, 베를린이라는 영화가 더욱 철학적인 것이다. 원래 나는 두 번 보지 않는다. 마치 안포스트맨처럼. 그런데 내 친구와 보고, 대학 때 여자 친구 급의 동기와 또 한번을 보았다. 그것은 정말, 국가의 우울인 것이다. 도쿄 구울이라는 엑세프 공포 영화는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진상도 없고, 존재와, 가상도 없었던 것인가 싶은 것이다. 물론 나의 도와주는 듯, 서로 상관이 없는 듯, 그런 각시탈의 쇠퉁소와 같은 비평이 한 몫 또 거들었을 것이다. 얼마나 우리는 서양 유학에서 구차했는지 모른다. 내가 살면서, 죽지 않고 살면서, 모든 구멍과 문들을 만날 때, 구차해질 가능성은 나의 절친 의상대사와 같았다. 삼국유사도 구차한 사람이 등장할 것 같다. 이제는 순서가 된 것이다. 성경이, 신구약이, 예수님이, 그리고 플라톤이, 장렬하게 죽으면, 동양의 고전이 비슷하고, 삼국사기가 그것의 피날레를 그려내었다면, 삼국유사는, 이제는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슬프고, 도화녀의 남편 둘이 슬플 수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은, 한국어를 갖고, 도대체 뭘 하면서 지내는지 모르겠는 것이다. 가상의 가상은 가상이다. 그런데 가상을 그렇게 짧게 말하니, 어떻게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시 보면, 우리들 옛날 영화들도, 이만희라든지, 신영균이라든지, 다들 삼국유사의 후손인 것 같은 느낌은 있다. 그래도 내가 밑도 끝도 없이, 열차에서, 열차 내부의 불빛을 날개 삼아, 뛰어내렸다 하면, 우리는 어느 집의 강아지처럼 눈물이 그만 그윽하게 되는 것이다. 삼국사기가 있고, 삼국유사가 있다. 오늘 저녁 고려대학생들은 다시금 시위에 나서겠지만, 어떻게 또한 삼국유사 같은 시간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가상은 아름다운 옷 한 벌과 같다. 옷이 여러 벌이면, 성추행으로 법정에 갈 수는 있어도,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너무 먹는 것이 없고, 작은 방도 깨끗하게 지내고, 유학 자금이라는 것도 부분을 모아 집으로 소포 보내고, 그와 같은 흰 옷이기 때문에, 설인귀 같은 것들이 저녁에 희롱한 것을 참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지런히 옷을 만들었고, 부지런히 조혼을 반대하였던 것이다. 또한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처음 듣는다 할 것이다. 영화가 묘사할 수 없는 시간이고, 주인공이며, 작은 집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 모든 어려움들을 건너서, 광주천에 공장들이, 벽돌들이, 그리고 나무들이 울창한 가로수를 만들면, 우리의 삼국유사는 이제는, 선덕여왕으로, 황룡사 구층목탑으로, 팔관회 같은 것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존재와 가상이라는 말을 들어도, 우리는 그 모든 것들과 연결할 수 없었다. 철학적 용어는 엄격하다고 알려져 있고, 스스로도 그렇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존재의 이유, 공존의 이유 같은 시가 있었다. 가상의 관점에서 보면, 다만 조금이라도, 로봇이 없던 시절에, 그것의 내부 회로가 노출된 것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가상은 관념인가? 육체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니, 가상은 반드시 육체가 되는 셈이다. 그처럼 단순하게 정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가상은 관념이나, 지속적인 힘이 없고, 육체의 것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육체로도 지속되고, 육체로도 오래되고, 육체로도 사서팔경, 팔관회,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고전주의자들이 육체를 멀리하고, 진리를 추구하라 하는 말을 고깝게 듣는 것이다. 그것은 정당하고, 바른 해석인 것이다. 그와 같은 바른 해석이 없으면, 진리를 추구할 수가 없다. 우리들의 가상은, 기억하지 못하는 소설의 제목처럼, 분명 철학적 흐름 같은 것이다. 키에르케고르가 죽음에 이르는 병을 쓸 때, 그것을 읽을 때, 어떠한 문학 천재가 그것을 가상으로써 가로지를 수 있겠는가?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봉준호가 아카데미상을 타고, 그것을 두고 미국 대통령이 재밌는지 모르겠다 하고, 동양 삼국 사람들이 조계종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역병에 너무나 힘든 나날을 지낼 때, 그래도 그렇게 최신의 사적인 전투기를 타고서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어째서 그 단어들을 모두 읽을 수 없는 것일까? 가상은 때로는 그와 같은 귀한 단어들이기도 하는가? 철학적 단어처럼 아름다운 진주들이 없다. 너무나 아름다운, 눈물 같은 서말이 없다. 이름을 모르는 처녀와도, 철학책 한 권으로, 주경야독을 삼년 동안을 할 수 있다. 항상 새롭고, 항상 논과 밭의 청춘이며, 왕이 나오는, 왕비가 나오는, 참 아름다운 이름의 김유신이 나오는, 삼국유사의 영원한 깊은 밤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가상의 역전 상태를 정확히 아는 이가 없다. 나는 언젠가 세상의 역사는 없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의 역사가 그것의 대표적인 흔적인 것이다. 역사를 배우고, 자기나라의 왕들을 익힌다는 것은, 소리는 아름다우나, 보씨페러쓰, 다만 가상인 것이다. 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를 비추는 거울이 아닐 수 있다. 윤동주가 비추는, 자기 거울일 수 있다. 가상인 것이다. 대게의 경우는, 용감하면 장땡이다. 어린아이 때 잠깐인 것을 두고, 그것으로 백 가지의 단어를 익히는 것이고, 백 가지의 경영을 하는 것이다. 두뇌가 달라붙고, 정조가 다만 영조와 협잡하여 세종을 따라한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가상은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노래를 많이 했다면, 한 번 책을 읽어보는 것이고, 토익을 많이 했다면, 토플도 해보는 것이다. 국사를 많이 했다면, 외국어를 잘해서, 무역회사에도 취직을 해보는 것이다. 우리가 김정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글을 잘 쓰는 것이, 문학가라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하지 않고, 영원히 가난하기 때문에, 추사 김정희 독재체제가 유지되는 것이다. 순자만 하더라도, 백만의 김정희가 쓴 글 같은 것이다. 더러는 순자가 다이기는 하나, 우리는 겨우 한 사람만 붙잡고, 끊임없이 조충도의 새와 벌레와 투견도와 오리, 동물들이 되지 않는가? 처음에는 좋아했던 이유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가상이 아니고, 가상으로 그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브라질리언 바하, 마치 신천지처럼, 처음부터 가상으로 휘둘릴 수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태생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지능이, 인의예지할 때, 그 지능이 최종적으로 함양이 되어서, 가상의 영역이 그렇게 확대된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상은, 나이만 먹어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블랙 오르페우스만 하더라도 그렇다. 나의 영주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사촌 동생 이름이긴 하나, 매우 닮은 가상인 것이다. 시인이 되어, 배고파 죽겠다는 것인가? 그와 같은 의지인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가상이 아니었을까? 우리 인간이 육체를 갖고, 얼마나 공부하기가 어려운가? 집들이를 하고, 양문형 냉장고가 생기고. 처음에는 버스 안내양처럼, 학교로 나를 밀어주는 힘이 있었지만. 날더러 누군가 갑자기 참관 수업 준비를 하라고 하면, 젊었을 때는 행여 선생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분열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의 등급도 가상일 것이다. 의상실에 걸린 옷들처럼 떨어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제야 아들이 없는 어느 신라 왕처럼, 아름다운 사위에게 왕권을 물려주는 것조차 얼마나 어려운 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처음에는 재밌게 읽혀졌다는 것이 나의 잘못인지, 우리 만의 핏줄이었는지, 일연의 계획된 의도였는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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